갈릴리 바닷가에 한 젊은 청년이 나타났다. 그는 예수라 불렸는데, 어떤 사람들은 그를 하나님의 아들이라 했고, 또 다른 이들은 미쳤다고 손가락질했다. 그러나 그 청년의 눈빛은 확신에 차 있었고, 그의 부름 앞에서 어부들이 그물을 버려두고 따라나서는 일이 벌어졌다. 시몬과 안드레가 그랬고, 다른 어부들도, 심지어 배와 품꾼들 까지 버려두고 하던 일을 멈추고 즉시 따라갔다. 예수가 귀신 들린 자를 고치고 병든 자를 회복시킨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갈릴리 온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그 소식은 시몬의 집에도 전해졌다. 시몬의 장모는 믿기 어려웠다. 사위가 갑자기 그물을 버려두고 따라나섰다는 것이…. 사실 사위는 고기 잡는 것을 좋아하며 그 일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딸, 곧 시몬의 아내는 눈물로 어머니에게 하소연했다.
“엄마,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 남편이 다 버리고 따라가다니, 정신이 나간 거 아냐?”
딸은 울부짖으며 집을 나가버렸고, 장모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분노와 허탈함이 온몸을 덮치자 결국 몸은 열에 달아올라 자리에 눕고 말았다. 그러던 날, 시몬은 예수와 그 제자들을 모시고 집으로 들어왔다. 아마도 밥을 먹기 위해서인 것 같다. 집안의 상황을 알지 못한 듯 그들은 태연했다. 장모는 울화통이 치밀어 몸져누워 있는데(철없는 남자들이란!), 그때 사람들이 예수께 장모의 사정을 전했다. 예수는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조용히, 그러나 확신에 찬 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부드럽게 손을 잡아 일으켰다. 순간 그녀는 누구에게도 받아본 적 없는 따뜻함을 느꼈다. 분노와 열기, 고통이 스르르 빠져나가고 마음속에는 깊은 고요와 평화가 밀려왔다. 그 즉시 놀랍게도 열병이 떠나갔다.
(본 글은 “미드라쉬적 내러티브 확장” 또는 “상상적 재구성”(imaginative reconstruction)이라 말할 수 있다. 본문이 말하지 않은 열병의 원인이나 시몬의 아내가 집에 없는 이유 등을 추론하여 채워 넣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깨달았다.
“내가 저분을 오해했구나! 그는 단순한 젊은이가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이시구나.”
그녀는 곧 일어나 예수와 그의 일행을 섬겼다. 그것은 억지나 의무가 아니라 기쁨과 자유에서 비롯된 섬김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복음서에 등장하는 첫 번째 여성 제자가 되었다. 딸 곧, 시몬의 아내도 언제부터인가 시몬의 전도 여행에 동참하였다(고전 9:5).
디아코니아(διακονία)의 관점에서 본 시몬 장모의 섬김
1. 단순한 가사노동을 넘어선 디아코니아
마가복음 1장 31절에서 시몬의 장모가 예수를 “수종들었다”(διηκόνει)라는 표현은 단순히 밥상을 차리고 손님을 맞는 일상적인 ‘가사일’에 머물지 않는다. 복음서 저자가 사용한 동사는 디아코네오(διακονέω)로, 초기 교회가 ‘사명적 섬김’을 표현할 때 사용한 핵심 단어이다. 이 단어는 후에 집사(διάκονος, deacon)라는 직분의 어원이 되었고, 교회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말이기도 했다. 따라서 시몬의 장모가 한 행위는 단순히 손님을 접대한 일이 아니라, 예수와 그의 사역을 위한 참여이자 공동체를 세우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¹
2. 치유에서 섬김으로 이어진 신앙의 길
그녀의 이야기는 “치유–섬김”이라는 구도로 이어진다. 치유 받은 자가 섬기는 자가 된다는 패턴은 복음서 전체에서 반복된다. 이는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 은혜를 체험한 자가 다시 그 은혜를 나누고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디아코니아의 원리를 보여준다. 시몬의 장모는 열병에서 회복된 즉시 일어나 ‘예수와 그를 따르는 이들’을 섬겼다. 이 즉각적 반응은 은혜의 응답이 곧 섬김의 삶이라는 신학적 메시지를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²
3. 여성 제자의 첫 자취
또한 이 장면은 복음서에서 여성들이 예수의 사역에 어떻게 참여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마가복음 후반부에서도 예수의 십자가 곁에는 여인들이 있었고, 부활의 증인도 여인들이었다(막 15:41; 16:1–8). 따라서 시몬의 장모는 여성 제자들의 첫 모델이 되었으며, 그녀의 섬김은 교회가 남녀 구별 없이 모두 섬김의 사명에 참여해야 함을 보여준다.³
4. 디아코니아의 본질: 권력이 아니라 헌신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섬김을 받으려 하지 말고, 오히려 섬기는 자가 되라”(막 10:45)고 하셨다. 시몬의 장모가 보여준 섬김은 바로 그 가르침의 실천이라 볼 수 있다. 그녀는 열병이라는 개인적 고통을 넘어, 공동체를 위한 봉사자로 거듭났다. 이는 교회의 사명적 정체성을 미리 보여주는 사건으로, 디아코니아는 단순한 도덕적 친절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드러내는 행위임을 잘 나타내고 있다.⁴
시몬의 장모의 섬김은 단순한 가사일이 아니라, “은혜에 응답하는 첫 번째 여성 제자의 디아코니아”였다. 그녀는 치유받은 자리에서 곧바로 공동체를 섬김으로써, 예수의 사역과 교회의 본질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준다.
각주
1. 오스카 쿨만, 『신약성서에서의 디아코니아』, 김선영 옮김 (서울: 한국신학연구소, 1998), 45쪽.
2. 게르하르트 폰 라트, 『구약신학 Ⅰ』, 김정준 옮김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1986), 122쪽.
3. 엘리자베스 쉬슬러 피오렌자, 『기억 속의 그녀들: 초기 기독교에서 여성의 역할』, 이정숙 옮김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002), 87쪽.
4. 월터 브루그만, 『구약신학: 증언으로서의 신앙』, 김철 옮김 (서울: 한국장로교출판 사, 2003), 263쪽.
참고문헌
◉ 오스카 쿨만. 『신약성서에서의 디아코니아』. 김선영 옮김. 서울: 한국신학연구소, 1998.
◉ 게르하르트 폰 라트. 『구약신학 Ⅰ』. 김정준 옮김.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1986.
◉ 엘리자베스 쉬슬러 피오렌자. 『기억 속의 그녀들: 초기 기독교에서 여성의 역할』. 이정숙 옮김.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002.
◉ 월터 브루그만. 『구약신학: 증언으로서의 신앙』. 김철 옮김. 서울: 한국장로교출판 사, 2003.

